오늘의 에세이 + 책읽아웃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00님!
저는 지금 부산에 와있어요.
서울에는 눈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따뜻한 봄 날씨를 기대하고 온 것에 비해
부산도... 춥네요.. 😇 (아쉽)
엄마 생일이어서 가족 만나러 내려왔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니 마음이 조마조마하네요.
저는 부산까지 와서 동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ㅋㅋ
그래도 얼마만의 외출인가! 싶고..
조금이라도 여행 기분으로 지내다 가려고요.
아,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베일에 쌓인 화제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읽기 시작했어요.
끝까지 읽고 나면 레터에서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00님은 어떤 주말을 보내고 계세요?
저는 지난 주 여러분들과 함께 하려고 만들었던
셸터를 들락날락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반갑고 그랬지만.. 다들 고민이 많구... 힘들구...
막막하구 그렇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
오늘의 에세이는 저의 그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네요.
오늘도 메일을 열어주셔서 고마워요.
블로그든, 셸터든, 어디서든 우리 안부 나누어요.
봉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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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의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떤 과정과 투자를 통해 저런 성공을 얻었을까? 보다 어떤 실수와 노력으로 실패를 지나왔을까? 라는 물음을 하고 싶다. 반짝이는 사람들의 그럴싸한 모습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둠의 농도를 알고 싶다.
때로는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 같았다. 어릴 적에 살던 아파트 단지, 친구들과 놀러 가던 번화가, 학생 시절의 학교와 학원, 자취방 근처 동네와 동기들, 비슷한 분야의 동료들과 친구들.. 세계는 좁고 그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성인으로, 청년으로, 버젓한 나이를 먹으며 시간은 계속 흘렀다. 어릴 적에 상상해온 ‘어른’의 기준 같던 숫자는 이미 훌쩍 넘어버린 서른 중반의 나.
그런데 나는 지금도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어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어른, 어른이란 무엇인가. 나보다 10살은 많은 사람? 내 직업에서 더 오래 일한 선배? 부모님? 교수님? 아니다, 단순하게 그런 ‘어른’을 찾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막막하고 혼란스러운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였다. 공감과 위로와 응원도 좋지만, 가끔은 의견이 아닌 ‘조언’을 듣고 싶었던 무거운 마음들이 그랬다. 꼰대 소리처럼 들리지 않을까요?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냥. 그냥 정말 단호하게 딱 이야기해 주면 속이 후련할 것 같을 때. 나보다 훨씬 긴 세월을 살아본 누군가의 말이 절실할 때가 있다.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은 어땠냐고.
인생을 더 길게 살아봤고, 이 시간을 이미 지나온 이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귀엽고 사소한 투정 정도로 느껴질까? 내가 가진 이 묵직하고 날카로운 짐이 사실은 살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삶의 스쳐가는 한 부분일 뿐이라고, 지나보면 정말 별거 아닐 거라고, 그렇게 말해줄까. 그러면 나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지는 않을까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와 작가들의 글을 좋아하지만, 이럴 때 나는 박완서 선생님이나, 전혜린의 책을 꺼내 본다. 박완서 선생님의 말은 얼핏 다정해 보이지만 굉장히 단호하다. 강인하고 덤덤해 보이지만 뾰족하게 아픔을 드러낸다. 그 말들을 보면 괜스레 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나보다 훨씬 앞서 태어나 더 복잡한 세상을 살았고 삶을 견뎌보고 맞서보며, 자신을 지켜오며 쓴 기록. 그 글을 읽는 동안은 박완서 작가님은 나만의 선생님이 된다. 물론 실제로 만나 뵌 적은 없기에 책을 통해 선생님의 온도를 느낄 뿐이다. 언제라도, 몇 번이나, 편하고 자유롭게. 그 앞에서는 마음 놓고 울고 웃는 어린아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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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담하거나 절망적인 일도 많았지만
삶의 재미 같은 게 완전히 없지는 않았어.”
/ 박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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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느낌을 받은 또 다른 어른은 가상의 인물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심시선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의 딸과 손자들이 그의 사후에도 계속 영향을 받는 것처럼 책을 읽는 나 또한 그랬다. 그의 생애 저서를 일부 발췌한 듯한 단락들이 종종 나왔는데, 그게 다 픽션임을 알면서도 아, 이 글의 전문을 마저 읽고 싶다! 심시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세랑 작가님이 ‘심시선’의 책을 따로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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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깨닫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태어나길 잘했다 싶고,
어떤 날은 묵은 괴로움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습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그런 고민을 하겠지요.
세상은 참 이해할 수 없어요. 여전히 모르겠어요.
조금 알겠다 싶으면, 얼굴을 철썩 때리는 것 같아요.
네 녀석은 하나도 모른다고.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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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선생님의 인터뷰도 자주 찾아본다. 어마어마한 필모의 데뷔 56년 차 배우. 나는 윤여정 선생님이 모두가 열광하는 환희의 순간보다 그 외의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오셨을지가 더 궁금했다. 살아오면서 수없이 겪었을 좌절과 고난 앞에서 어떤 용기를 가졌고 어떻게 버텨왔는지. 드러나지 않는 시간의 뒷면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죽지 않으려고, 돈 벌려고 열심히 일했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일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는 그저 손을 공손히 모으게 된다. 나는 사실 지나친 겸손의 태도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하는 말들에는 별 감흥이 없다. 힘들었고, 어려웠고,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며, 아등바등 아득바득 살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를 더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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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어떻게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롤 모델이 왜 필요해. 나는 나같이 살면 돼.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생기고 실수가 잦아들지만,
여전히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니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럴 수 있어."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다 아쉬워.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해.
난 웃고 살기로 했어. 인생 한번 살아볼 만해.
진짜 재밌어."
/윤여정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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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우리는 모두 사는 게 처음이다. 스무 살도, 서른 살도, 마흔도 육십도 칠십도 모두에게 동등하게 처음 주어진다.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로 쌓인 시간의 합일 뿐. 수많은 현재가 더해지면서 그려진 인생의 궤적은 길이보다 어떤 모양인지가 더 중요하다. 어떤 나이의 사람에게도 어른은 존재한다. 때론 나이가 어린 사람일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나도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다운 어른의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 언젠가 나처럼, 누군가가 삶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당신이라도 내게 조금은 단호하게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 하고 요청했을 때 자신 있게 단 한 마디, 한 문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어린아이가 되어 무너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도 싶다. 삶은 아직 지겹도록 길게 남아있고, 낯선 순간과 처음인 시간들이 계속해서 찾아올 테니까.
우연이든 운명이든 우리에게 작은 교집합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주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면서 눈을 마주칠 수 있다면- 더 이상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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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어른으로 살 수 있지?
이미 어른이지만 제대로 된 어른으로?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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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팟캐스트 🎙️
<황정은의 야심한 책>
-물류,겨울 방학,고약함에 관한 책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제가 참여한 책 겨울 방학 엔솔로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가 소개되었어요.
그냥 님이 윤단비 감독님의 이야기에 이어,
19살의 봉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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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기억난다. 일어나라고 나를 깨우던 엄마의 세 번째 말에 소리를 꽥 지르며 일어나, 눈도 못 뜬 채로 욕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고개를 처박고 울었던 날. 머리를 감으면서 엉엉 울었다. 욕실이 울릴 만큼 오열하면서도 손은 샴푸를 짜고 머리를 헹구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데 기계적으로 교복을 입고 가방을 챙기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 와중에도 학교 늦을까 봐 5분 정도 밖에 울지 못하고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집을 나섰다.
p.138
성인이라는 이름 아래 인생에 방학은 없다. 우리는 늘 어딘가로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답변해야 한다. 끊임없이시험을 보고 반듯한 결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정해지지 않은 시간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문제집. 답 자체가 없을지도 모르는 질문들.
어른이 된 나는, 욕심이나 욕망보다는 ‘필요’를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날마다 크고 작은 노력을 한다. 노력의 원동력은 열아홉의 나에게서 태어났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몇번을 성공하고, 수백번 실패했다.
p.148
<나의 마지막 겨울방학 - 봉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책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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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니 오늘의 에세이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음, 지금의 봉현은 열아홉의 봉현에게
어떤 말이든 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00님은 어때요?
과거의 00님에게 지금의 00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요?
혹은 미래의 나에게 00님은
어떤 말을 듣고 싶나요?
오늘 한번, 생각해보는 밤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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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읽기 구독자들의 Shelter>
우리는 이 곳에서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 어린 아이일수도 있는, 그런 교집합의 장소였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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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에게 보내는 00님의 비밀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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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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