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세이 + 힘이 나는 추천 몇가지 + 책 <아마도 존재감 제로> 007. 2021/5/11 화요일 안녕하세요, 00님! 5월, 잘 보내고 계신가요? 👋 얼마전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답니다. 너무 잔인한 4월이었다고. 너무나 공감했고, 갑자기 찬란한 5월이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어딘가의 따스한 햇빛을 계속 찾아 다니고 있어요. 애쓰느라 입안이 다 헐어가면서 😇 (심지어 오늘은 치과도 다녀왔어요 흑흑) 매일매일을 아득바득 이겨내고 있답니다. 오늘은 그런 마음을 담은 글입니다. 여러분도 이 악물고 하루하루를 살아요. 이런 세상에서도 함께 살아내줘서 고맙습니다. 봉현 빌어먹을 세상따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지구를 몇바퀴 돌면서까지 세상을 탐험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고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와서 차곡차곡 쌓아두며 다듬던, 나를 살게 하던 것들이 갑자기 멈췄다. 멈춘 건 오래 전이었는데 나는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계속 매달렸다. 인정하기가 싫었다. 아닐거야! 에이 그럴리 없어, 아니야!! 그렇게 일년이 넘었다. 그럭저럭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 혼자 많이 좌절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계속 무너졌다. 금이 가고 바스라져 가루가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수습하기에 바빠서 뭔가를 성취하거나 그럴 여력이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던해보이는 하루하루가 사실 지옥같을 때가 많았다. 이전에는 망가져가면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아는 내 나름의 방식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불가항력 이라니.
이렇게 무력한 기분은 평생 처음이라, 손 쓸새도 없이 가라앉는 상태를 감당하지 못하고 혼자 웅크려야만 했다. 나름대로 온갖 애를 썼다. 하지만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나를 계속 괴롭혔다. 좋은 일이 생겨 기쁜 것도 잠시, 금새 나쁜 일이 나를 덮쳐왔고 찰나의 기쁨조차 누릴 시간을 안 주는 걸 보면서, 와 진짜 너무 한다. 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어 진짜 살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조그마한 강인함의 요정같은 애가..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고군분투 하고 있었던지,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했는데 (몇가지는 비밀이지만) 조금은 뜬금없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매주 꽃을 샀다. 과한 포장은 필요 없고 저거 한송이, 저거 한단 주세요 그렇게 그날의 힘겨움에 응원이 되는 꽃말이라던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던가, 기분에 맞는 색의 꽃을 골라 딱 만원어치 샀다. 식물 분갈이를 하거나, 매일 빨래를 해서 집안에 세탁 냄새를 가득 채운다던가, 하루에 두번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한다던가. 한동안은 입이 다 헐어가는데도 매일 밖으로 나갔다. 어딘가의 카페에 가서 햇빛 잘 드는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즐겁게 놀 수 있는 친구들은 아예 안 만났다. 우울과 슬픔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오히려 나를 웃게 했다. 그런 친구와는 멍하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혼자 있을 때는 별 짓을 다했다. 울면서 홍제천을 달리기도 하고, 눈에 불을 켜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까지 수영도 하고, 뜬금없는 예능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살이 찌든 말든 단 것도 잔뜩 사 먹었다. 슬금슬금 또 기다시피 일어난다.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 계속 되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속으로 계속 되내었다. 그래, 어디까지 힘들 수 있는지 한번 보자. 무너질 때로 무너지는 거 한번 보자. 금이 가고 다 부서지는 것들은 이 기회에 다 갖다 버릴거야. 다 떨어져 나가면 맨살이 다 드러나겠지.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둔 것들이 분명 안쪽에 있음을 믿는다. 겉에는 상처를 감아둔 붕대 투성이에, 부서진 걸 수습한 흔적에, 엉망진창 위태로운 모양새다. 하지만 믿는다. 과거의 내가 오랜 시간동안 견고하게 굳혀둔, 강하고 단단한 것이 안쪽에 들어있다고. 그 단단함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내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또 견뎌왔는데, 그건 결코 이렇게 무너질만큼 어설픈 것이 아니라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의 절벽. 올라오는 건 정말 더디고 느린 계단. 어제 또 굴러 떨어져도 상관없다. 오늘 한발짝이라도 올라갈거다.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 뜯어보라. 또 가끔 도보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치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위에 가만히 누워보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엘렌 코트 제가 힘들 때 보고 먹고 하는.. 🦍 힘이 나는 사소한 추천 몇가지 ![]()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슬기로운 캠핑생활> 인류애가 멸망해갈 때 챙겨보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진들의 캠핑 에피소드인데요. 보면서 얼마나 웃고 훈훈함에 흐뭇했는지 몰라요. 캠핑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저렇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라면 저도 가고 싶어졌어요. ![]() 네이버 웹툰 <모죠의 일지> 오래전부터 팬... 매주 내 웃음 포인트.. 우울과 고통마저 개그로 승화해주시는 모죠님.. 애정합니다. 꼭 보세요. 현생을 잠시 잊고 실실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거예요. ![]() 세상에 이런 색과 맛의 꽈배기라니? <꽈페> 지치고 힘들고 우울할 땐 단거 앞으로. 연남동 핫플레이스 랜XX 도넛보다 저에게 요즘 원픽 군것질입니다. 단순한 꽈배기가 아니라 토핑이 엄청 다양하기도 하지만, 꽈배기 자체 반죽도 뭔가 달라요. 쫀득쫀득 너무 맛있어요.... 여러개 먹어봤는데 저의 1순위는 조각 버터가 올라간 솔티드 캬라멜 ㅠㅠ 연남동 오시면 꼭 드셔보세요. (내돈내산) ![]() 그리고 <나를 위한 꽃 사기> 델피늄 -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스토크 - 변하지 않는 진실한 마음 아스터, 과꽃, 옥시 - 믿음, 상냥함, 사랑을 믿는 마음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 당신은 정말 매력적이예요. ☂️ 제가 표지그림 그렸어요! 2 <아마도 존재감 제로> 탐신 윈터 소설 <아마도 존재감 제로> 뜨인돌 청소년 소설 / 비바비보 시리즈 45번 김인경 옮김 / 표지그림 봉현 지난 번에 이어 한번 더..! 제가 표지를 그린 책이 나왔습니다. 👀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병명으로 말을 못하게 된 로절린드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로절린드는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데요, 블로그의 이름은 '미스 노바디'. 십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누구나 읽어도 좋을 성장 소설이예요. 브릴리언트 북 어워드, 칼더데일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던 해외의 화제작이랍니다. 말이 아닌 글로써 전달하는 이야기를 비누방울 이라는 오브제로 떠올렸고, 주인공이 존재감 없는 노바디로 불리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해 인물을 저렇게 표현해보았답니다. 이야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어 매우 기쁘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로절린드 같은 누군가가 있다면, 5월을 핑계 삼아 책을 선물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Q. 00님도 이번 주에는 나를 위한 꽃을 사보세요. 💐 ✉️ <봉현읽기> 구독/추천하기 🙌🏻 구독료를 보내고 싶으시다면? 카카오뱅크 3333-18-4833537 ㄱㅂㅎ Published books 📚 봉현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으신가요? 궁금하신 점이 있나요? 아래의 링크로 찾아와주세요! ABOUT BONG HYUN : SNS |
<봉현읽기>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봉현의 '비정기 에세이 레터' 입니다.